운전한 지 10여년 만에 제대로 걸렸다.  

새벽 두시 반,  점멸등이 깜박이는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던 두 차가 부딪쳤다.

전혀 그 차를 눈치 채지 못했는데 박는 순간 내 앞에 나타난 것 처럼 생각되었다.  

진짜 차도 없는 밤이었는데 무슨 인연으로ㅠㅠ 

그동안 가벼운 접촉 사고 두번을 빼면(?) 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지다니.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쌍방과실이었기에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도 약해졌다.

 

사고난 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하루에 몇 번은 그 생각이 나며 우울하기도 하다.

이렇게 마음이 약했었던가. 

한편으론 기력이 없어 농사에 손을 놓으면서 그동안 나답지 않게 종종걸음치며 바쁘게 살았던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더불어 죽을 뻔 한 경험을 하니 자연스레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친척어른들을 비롯해 가까이는 시아버지의 죽음, 알던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조심하면서 시골에 사니까 오래 살거야. 

죽음에 초연한 듯 지금죽어도 좋다는 말을 들으면 부럽다기 보단

'음...  나도 그런 생각 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냐.  아슬아슬한 세상이지만 좀 더 버텨준다면 아직은 살만한 이 세상에 오래 살고 싶어. 잘하면 백이십살은 살 수 있다니까 난 아직 삼분의 일밖에 안 살았다고!'하곤 했다.

그러면서 본질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의 죽음에 대한 준비들을 미뤄왔다.

어제 이런 이야기들을 형부와 나누었다. 

불교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기가 접한 불교는 마음 수행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고 약간 부정적으로 말하였다.

우리가 애써 해야 할 일은 '외부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이며 명확하게 보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불교의 핵심 사상이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전통한국불교는 몸과 마음을 함께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하니 맞다면서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고 모든 것이 나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 미움이나 질투등을 할 필요가 없다'며 도 통한 사람같은 말을 했다. ^^  실제로 형부는 거의 도통한 사람같기도 하다.  언니 말로는 '거의 부처'라고 한다.  자기같이

비위맞추기 힘든 사람이랑 싸우지도 않고 다 받아주고 사는 걸 보면 ㅋㅋ

형부는 영국사람인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통하는 것이 많고 재미있다.  도반이라고나 할까.

이번에 새삼 느낀다.

모든일에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이 있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몸과 마음도 약해지고 농사일도 거의 못하지만 생활을 돌아 보게 되었고 생활을 돌아 볼 여유를 허락하는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있음도 새삼 느끼게 해 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