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봄비넵니다.

 

안동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왔는데 도서관에 들러 편지를 씁니다.

추울 줄 알았는데 봄기운이 가득한 한 낮이네요.

실내에 있으니 나른하고 졸립기도 하고요.

 

어제 보내 드린 봄비네 밥상 품목 중 공통은 콩나물, 고춧가루, 감자, 무, 배추였고 선택은 김치와 동치미였습니다.

 

콩나물은 열심히 물을 준다고 주었는데도 잔뿌리가 좀 났습니다.  약간 질기지만 맛도 있고 몸에도 좋으니 뿌리까지 다 드시길

권합니다.

 

고춧가루는 많지 않다고 좀 아꼈더니 일년 먹을 것을 제하고서도 조금 남는 듯 하여 한번 더 보내 드립니다.  

일반 양념용으로 빻아 달라고 했는데 방앗간 주인께서 왠일인지 너무 곱게 갈으신 것 같아요.   함께 가져간 고추장용이랑 잠깐 헛갈리셔서 조금 더 빻으신건지...

 

감자는 약간 흠이 있는 것들인데 도려 내고 드시면 됩니다.

 

작년에 무 농사가 풍년이라 무가 아직 많습니다.   무 나물,  무 생채 등 해서 맛있게 드시면 좋겠습니다.

 

배추는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주 전 쯤에 배추를 싹 정리했는데 겉잎이 상한 것이 많았습니다.   보관을 하다보면 겉잎이 많이 상하기도 하지만 겨울에 두고 먹는 유일한 잎 채소라 상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보관하는 보람이 있습니다. 

요새 봄비네는 배추를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배추전을 해서 별미로도 잘 먹고 있습니다. 

 

보관했던 야채들 자리가 하나 둘씩 비어 갑니다.  야콘, 고구마가 먼저 끝났고 배추도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음번엔 뭘 보내나 싶기도 한데 조금 남은 콩으로 두부를 좀 할까 수수가 있으니 수수조청을 할까 여러 생각중입니다. 

지난 번엔 무말랭이를 그냥 보내드렸는데 무말랭이를 좀 무쳐 볼까 싶기도 하고요.

보내 드린 무 말랭이와 말린 토란대는 잘 해드셨는지 궁금합니다.   편지도 못 드려서 죄송하고요. 

저도 말린 토란대 남은 것을 이틀 전에 겨울 들어 처음 해 먹었습니다.   물에 한 이틀 불리니까 부드럽고 먹기가 좋더라고요.

불려서 조선간장에 무쳐서 프라이팬에 볶아 마지막에 들기름, 들깨가루 넣고 조금 더 볶아서 먹었습니다.

 

농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요즘 다른 생각에 좀 빠져 있어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조용히 땅에 엎드려 살고 싶어 시골로 왔는데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며  더이상 숨을 곳도 없고 공짜 바람막이를 바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오래 고민하다 지난해 말에 통합진보당에 가입하였습니다.

남들이 알아 볼 만한 활동은 못 하지만 관심을 지속적으로 두는 것 만으로도 저한텐 좀 버겁더군요^^. 

본격적으로 농사일이 시작되면 그것도 못하지 싶어요.   어쩌다 보니 아르바이트도 올핸 두 개나 하게 되어서리...

이래도 되나.

봄비네 밥상을 한시적으로 접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일이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인연을 맺은 분들께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좀 부족하더라도 너그럽게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봄비가 올 듯 합니다.  

고추장도 담고 씨앗 정리도 하고 봄배추랑 상추 씨도 하우스에 뿌려야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 이어가세요.

 

                                                                                                                                             2012년   2월 29일  정연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