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품앗이는 봄비네 콩밭과 고추밭 매기다.

"땡땡 더운날 이런날 어떻게 일 할 수 있어."

웃으면서 농담처럼 이야기 하지만 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오후 5시즈음에 밭으로 갔지만 햇살이 따가워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이들은 고문처럼 받아들이고 한 녀석은 물놀이간다고 꽁무니 빼고 있어

강제로 불러 들여 고추밭에 풀들을 뽑기 시작하였다.

 

막상 밭을 매고 있으니 고추그늘에 가려서인지 생각보다는 덥지 않다고 하며 풀을 뽑았다.

바랭이가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풀이 많이 않아 

호미없이 손으로 밭을 쉽게 맬 수 있어

큰 힘을 쓰지 않고 밭을 매고 있는데 갑자기 등을 툭툭 치는 것이 있어 "뭐지."하는데

"내 이렇게 될까바 얼마나 걱정했는데.."하는 큰 소리가 들려 고개 들어 보니 비가 내린다.

 

저쪽 서쪽 하늘의 한켠이 열려 있어 햇살이 부챗살 모양으로 부셔져 내리고

동쪽하늘의 구름으로 어두워져 초록이 짙어 있는 산은

햇살을 등지고 내리는 비가 한 줄기 한 줄기 그대로 드러나 

가까에는 굵은 빗줄기가 줄기 줄기 내리고

먼 곳은 하늘하늘 굵은 줄기와 다른 방향으로 톡톡 끊어져 내리고 있다.

홀린 듯 빨려 든 풍경에 넋을 놓았다.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는데 비를 피하자며 내려가자고 한다.

눈을 뗄 수가 없어 바라보고 있다가 끌려 내려오는 듯 내려 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가 해지기 전에 고추밭을 매고 내려왔다.

 

자고 일어나 다시 콩밭매기를 하여야 하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에 1~5mm라는 강수량에 금방 그치겠지 하며 기다렸다가

비가 그칠 무렵 밭으로 향하였다.

"오늘은 왜 내가 이쪽으로 온 줄 알어."

"왜."

"다 이유가 있지."

싱글거리며 간 곳은 복숭아나무 아래..

해가 맞닿은 부분에 타는 듯한 붉은 색을 드러낸 복숭아를 따 먹지 않을 수가 없어

복숭아를 따서 닦지도 씻지도 않은 채 한 입 베어 먹었다.

까칠한 털을 염려하였지만 '생각보다는 괜찮네.'하는 순간

입 안에 와작와작 씹히는 복숭아의 맛은 진짜 그립고 그립던 그 복숭아 맛이었다.

어릴 때 칼 하나 들고 복숭아 나무에 기대어서 먹던 그 복숭아 맛

달콤하고 향긋하고 아삭거리는 복숭아...

벌레가 나와도 벌레가 있던 곳만 피해 하나를 순식간에 다 먹고

콩밭을 매는데 또 다시 비가 내린다.

맞아야 할지 내려가야 할지 망서리다가 오락가락하기를 몇차례...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안 올라 온다며 큰 소리도 치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비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여태 소리없던 산새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몇차례 비가 그쳐 우리가 오락가락하는 동안

그렇게 잠잠하던 산새들이 저렇게 요란해지니 진짜 비가 그치나 보다.

하며 올라갔는데 역시나 비가 내리지 않는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며 한치앞을 내다 보지 못했는데 새가 일기예보다..

 

일 보다도 왔다갔다하며 하늘 눈치보느라 더 지쳤는지

콩밭 매고 얼른 집으로 돌아와 쉬고 싶은데 옥수수를 쪄 먹자고 한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사람 덕택에 다시 앉아 있으니

국수 삶고 옥수수를 따 온다.

속껍질 한 겹만 남겨 놓고 옥수수 껍질을 벗겨 놓으니 씻지도 않은 채 그대로 솥에 넣어 쪄 나오는데

맛이 기가 막힌다.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할 정도로...

무얼 넣고 쪘냐고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 넣었다고 한다.

고소하고 달콤한 옥수수...

비결은 따서 바로 삶아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따고 30분만 지나도 옥수수는 제맛을 잃어 시장에서 파는 것은 당분을 넣어야한다며 말하는

농부는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

그렇게 하여 잔치같은 품앗이.. '콩밭과 고추밭매기'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