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못 읽어 보신 분을 위하여

-행복의 충격' 중 ' 침묵의 공간'에서 '푸시'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옮깁니다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걍 옮깁니다.

 

 

-전략.....그 클로드가 벌써부터 나에게 좋은 친구를 소개하겠다고 벼르면서

아무 날이나 잡을 수는 없다고 이상한 단서를 붙여둔 일이 있었다.

그날 바로 클로드는 그 친구를 소개할 수 있는 날이라고 말하면서 무작정 차에 타라고 하였다.

그가 소개한 사람은 올해 스물다섯살 총각으로 순수한(이 형용사에는 세상의 가장 진실한

액센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프로방스 사람이며 그의 반생동안 책 속에다 코를 처박아본 일이란

 한 번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덧붙이면 그는 그의 건장한 사지 덕분에 잡역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나

소유한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근래에 어떤 부유한 친척이 죽으면서 남긴 유산으로

엑스에서 생트 빅트와르 산에 이르는 광대한 임야와 그 속의 낡은  별장들과 古家를 소유한 거부가 되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옛날의 잡역부 일을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쉬지않고 계속하며

같은 헌집, 같은 헌옷, 같은 총각생활에 만족할 뿐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

그는 이름도 성도 알지 못하고 다만 사람들이 이상하게도 무슨 까닭인지도 모른 채

오래 전부터 '푸시'라고 부른다  .

  푸시 푸시 하고 입속에서 소리를 내어보면 그 인물이 금방이라도 떠 오르는 듯하여

나는 지금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 푸시에게 어린 시절 이래 버릇이 된 하나의 신비가 있는데 다름이 아니라 평소에는  말 없고

부지런히 일하고는 불끄고 잠자는 것이 전부이지만 매달 달이 만월이 되는 밤이 되면 발바닥에

봄바람이 실려 신명이 나는 것이다.

   달이 차츰 하늘에 높이 솟아오를수록 몸 속에는 향기가 가득차고 이 세상의 모든 유열이 끓어오르고

프로방스의 모든 산정과 골짜기가 부르는 소리가 그의 허파를 파열하듯 울린다.

 프랑스 말로는  춤을 '당스'라고 한다. 춤이 몸에 가득차 박자가 빨라지고 몸이 음악에 비로소 실리면

춤이 몸을 춘다 . 신명이 내리는 이 순간의 비길 데 없는 무아지경을 프랑스 말로는  '트랑스'라고 한다.

달이 가득하 하늘에 솟으면 푸시는 트랑스에 들어간다. 영매의 상태, 실신의 상태, 그러나 산에 오르면

산이 푸시를 달빛에 실어준다. 아아! 트랑스만이 자각하게 하는 '가벼움'을 나는 니체와 바슐라르와

보티첼리에게 배웠지만 푸시는 그것을 제몸으로 살고 있었다.

 

"침묵! 침묵! 바로 이 순간에 세계는 완벽해지지 않았는가? 이게 왠일일까? 가볍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풍이 깃털의 가벼움으로  가벼운 바다에서 춤추듯이 잠이 내 위에서 춤춘다. 잠은 내 눈을 감게 하지

 않는다 . 오히려 내 영혼을 깨어나게 한다. 깃털과 같이 참으로 가볍게."

 

 나는 트랑스는 아니더라도 벌써 마음이 들떠 춤추듯 클로드의 차에 올랐다.

클로드의 집에는 캐나다 처녀 니콜이 기다리고 잇었다. 포도넝쿨 바구니로 옷을 입힌

한말들이 병에서 포도주를 푸짐하게 따르어 마시고 몸을 덮힌 후 산 중턱에 있는 푸시의 집으로

우리 셋은 올라갔다. 허름하게 보이는 古家에는 모두 불이 꺼저있고 어느 헛간에 백열등이 켜있었다.

 밤 아홉시가 넘었는데 푸시, 그 곰같은 푸시는 그 속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새로 방을 들이고

욕실을 만드는 중이었다. 나중에 내팽개치듯 말했지만, 그는 우리를 기다리다 못해 속에서 끓어오르는

신명을 달래기 위해 불을 켜고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가벼운 입은 옷 그대로인 나에게 푸시는

제가 입었던 땀내 나는 스웨터를 벗어던지며 5월달  밤은 춥다고 입으라고 했다. 그리고 씩 웃으며

내 손의 서너 곱절은 될 만한 손으로 팔목까지 감싸 잡으며 '푸시이' 했다.

 아아 인심좋은 푸시, 엄청난 푸시, 프로방스 신명의 푸시,

그의 스웨터는 내 무릎까지 오는 외투가 되었고 더러웠지만 푸시처럼 따듯했다.

  우리는 마치 프로방스의 달밤의 첫 세례라도 받듯이 가지가 수평으로 뻗은 늙은 소나무에 올라가

그 가지 위에 가만히 누운 채 구름을 떠나 보내는 달을 보았다. 사방은 적적하고 밤새의 이상한 울음이

바람같이 혹은 사람들 외마디 소리같이 울렸다. 대도시 서울에서 내 영혼이 내린 모든 땟국도,

내 청춘의 갖가지 고통도 조금씩 달빛이 씻어갔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밤 토끼 한마리가 문득 나무 밑으로 뛰었다. 어린 시절 이래 나는 한 번도

이런 밤을 맞지 못했다. 눈 아래 옆 동네 '퓨보'읍의 불빛이 꿈의 마을처럼 벌겋게 불타고 불등걸처럼

그 한가운데 교회당이 조명을 받고 있다. 이 광막한 마음의 공간, 이 무한을 더욱 무한하게

넓혀주는 것은 밤일까? 달빛일까? 침묵일까?

 

 "침묵보다 더욱 무한한 광간의  느낌을 환기하는 것은 없다. 나는 그 같은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소리는 넓이에 채색하고 공간에 어떤 音的인 육체를 준다. 그러나 소리의 부재는 공간을 순수한 공간으로

남겨두게 되어, 광대한 것, 무한한 것, 심원한 것의 감정이 되게 한다. 침묵 속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것은

바로 이런 이런 감정이다. 그 감각이 내 마음을 빼았아서 나는 몇 분간  밤의 평화가 소유한 이 위대함과

 혼연일체가 된다."

그때 내가 이렇게 느끼기 위해서는 보들레르 같은 대시인이 될 필요도 없었다. 침묵과 달빛은 이미

말없는 대시인(이런 모순을 허용한다면) 이었다.

 

 푸시가 나뭇가지에서 달빛을 타고 뛰어 내렸다. 그리고 프로방스의 능선들은 밤새도록

 우리를 달빛속에서 춤추게 하였다. 푸시는 걷는다기 보다는 뛰었고 뛴다기보다는 덩실덩실 추었다.

언덕도 골짜구니도 숲 그늘도, 딜빛의 공터도 푸시는 마치 대낮속처럼, 제 호주머니 속처럼

훤히 다 안다는 듯 거침없이 나아갔다. 이 어려운 밤나들이가 만약 쫓겨가는 길이었으면

나는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뒤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우리들의 정신에게는 가벼운 상승의 길이다. 가벼운 춤은 우리를 공기의 꿈으로 인도한다 .

행군은 우리를 골짜로 내려몰아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게 한다.  타는 '불'은 우리의 생명을

전지하게 하지만 참으로 우리의 영혼을 상승하게 하는 것은 '빛'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자가

비로소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낄 때 생명의 불은 영혼의 빛으로 변신한다. 이제 나는 시인들에게서

 푸시에게서 배워서 안다. 왜 영원한 생명의 새는 불에서 태어나난 가를 , 왜 그 새를 '빛'이 새라고

부르는 가를, 그리고 왜 그 새가 가장 멀리 가장 높이 가장 가볍게 나는지를,

 

  저녁 아홉시 반에서 새벽  네 시까지의 기나긴 방황이었지만 나는 지도책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걸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나를 가득 채우던 그 투명한 감각, 귓속에 울리는

맑은 밤 시냇물 소리, 그리고 내 몸을 춤추게 하던 가벼움, 때때로 그 어디쯤엔가 산 속의

외딴 집에서 짖던 개. 누군가 다 끄지 않고 떠난 모닥불의 불등걸, 문득 눈앞에 나타난 호수,

 그리고 교교한 달빛 속에 버려진 빈  옛 사원의 폐허, 그 곁에 촘촘히 열을 지어 서있던 녹슨

철십자가의 무덤, 그때 수두사들은 죽으면 세워서 매장하기 때문에 무덤 사이의 거리가 그토록

좁다고 말하던 푸시의목소리, 달이 기우는 새벽 검은 호수의 물속에 던지는 돌의 소리,

그리고 지금도 내 몸에서 다시 날 것 같은 프로방스 특유의 산 향기....

 

  "만약 여러분들이 노천에서 밤을 세워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들이 잠들고 있는 그 시각에 어떤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고요 속에서

눈을 뜬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때에야 샘물도 한층 더 맑게 노래하며

연못은 작은 불꽃을 밝히게 된다. 모든 산의 정기가  오고가며 공중에는

 물질과 물질이 가볍게 스치는 소리, 들리지도 않는 작은 음향이 마치

나뭇가지가 굵어지고 풀잎이 자라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낮이 살아있는 것의

세상이라면 밤은 무생물의 세상이다. 거기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언제나 그것은 두려움을 가져오게 한다 ......바로 이 때 아름다운 유성이

우리들의 머리 위를 지나 그와꼭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흡사 우리들이

지금 막 들은 구슬픈 울음소리가 그 빛을 이끌고 가는 것만 같았다. 

 '저게 뭐예요!" 스테파네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건요, 천국으로 들어가는 한 넋이랍니다' 하고 나는 십자가를 그었다."

 

캐나다에서 온 억세고 건장한 아가씨 니콜은 우리들이 호숫가에서 잠시 쉬며 담배를 피우는 동안

아무 기척이 없더니 졸고 있었다. 결국 푸시는 그 여자를 등에 업고 새벽길을 내려왔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나의 집도 남의 집도 다 잊고 깊은 잠이 들었다.

  프로방스 전체가, 아니 이 세계 전체가 나의 집이었다. 내 깊은 단잠의 아늑한 집이었다.

 

"십 년을 초려하여 초가를 지었으니

반 간은 청풍이요 반 간은 명월이라."

 

 이 영원한 공기의 집, 내 달빛의 집은 프로방스의 푸시가 지어준 5월달 꿈의 집이다.

지금도 나는 달을 바라보면 달빛에 신명이 내리는 푸시, 푸시가 생각난다.

그의 달밤, 프로방스의 산정기가 온몸에 가득차 트랑스에 드는 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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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만월의 달빛 흐드러지는 강대골이 떠 오릅니다.

봄비네 아빠야  신들린 푸시처럼 춤추지 않더라도

연못도 있고 갖가지 들꽃이 난분분하여  변주하고 있는

그 꽃대궐을  배부른 곰처럼 어슬렁 거릴듯 하고요,....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