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움츠려 드는 날이었다.

우산이 왜 이리 작냐고, 안동YMCA에선 이런 날 왜 공부방 휴원을 결정하지 않을까, 하면서 길을 걸었다.

조심했지만 바지는 젖어가는 것이 신경쓰이고

어차피 온 산천에 내리는데 내일이면 그 흙 만지고 그 흙에서 자란 것 먹을텐데 웬 호들갑인가 싶다가도

그래도 피하고 싶어 더 움츠리며 걸었다.

그때 눈에 든 것은 저만치 개울가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백로, 눈부시게 하얀 빛이었다.

온 산천초목이 그대로 맞고 있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재앙을.

그리고 인간인 나만 또 그걸 피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웃긴 현실을 보게 되었다.

우리농토엔 농약, 비료는 물론이고 비닐도 덮기 싫어하면서 세제를 써서 세탁기에 빨래하는 내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