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이란 것이 생겨난 지는 아마도 십수년은 된 것 같은데 TV에서만 보고 소문만 듣다가 올해 초에 직접 가 보게 되었다.

안동에 있는 전통문화보존회라는 곳에서 일주일에 한번 있는 무료풍물강습을 받게 되었는데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하고

집으로 오는 막차가 6시 50분에 있는 고로 찜질방에서 하루밤 자기로 할 계획을 세웠다.

나로서는 사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으로 시내에 가는 것, 찜질방에서 자기로 한 것이 파격적인 계획이었기에

좀 설레기도 하였다. 

 

일단 목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목욕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기에 반가운 목욕이었다.

3~4번 정도 때를 밀고 기분좋게 찜질방으로 올라갔는데 늦은 시간이라 자는 사람도 있었고 삼삼오오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고 커다란

TV도 켜져 있었다. 

거실에 해당 할 만한 넓은 방 주변으로 무슨 불가마방부터 여러가지 방이 있고  아이스방에 식당 매점 유아놀이방 컴퓨터실 등이 있었다.  남자들은 노란색 여자들은 주황색 똑같은 옷을 입고 모르는 남녀가 한뼘 내지 두뼘 간격을 두고 자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여 깜짝 놀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잘 곳이 없을 정도라 또 한번 놀랐다.  다들 왜 집에서 안 자고 여기서 불편하게 자는 걸까.  여행자나 나같이 어쩔 수 없이 버스가 없어서 집에 못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진 않을 텐데...

주변을 둘러 보며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보았다.  우선 남녀를 불문하고 20대가 제일 많아 보였다.  친구들끼리 놀러 온 듯이 보였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있고 홀로 온 듯한 노인들도 제법 되었다.  끼리끼리 놀러 온 젊은이들이 우선 이해가 되었다.  내가 20대초반이었을 땐 끼리끼리 어울리려면 술집이나 까페등에 주로 가게 되었는데 사실 돈도 많이 들고 그리 오랜시간을 \놀 수도 없었던 것 같다. 

서로의 집으로 가는 것도 한두번이고 또 부모님 집에 산다면 그것도 좀 어려울 것인데 찜질방은 모여 놀며 우정을 쌓기에 이상적인 장소같아 보였다.

가족끼리 놀러 온 사람들도 뭐 멀리 여행은 못 가더라도 찜질방에서 목욕도 하고 여행기분도 내기에 괜찮은 장소같기도 했다.

홀로 온 듯한 노인들은 혹시 목욕도 하고 난방비도 아끼면서 찜질도 하려고 온 것일까 싶었는데 홀로 사는 노인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자는 것이 가끔은 기분전환하기 좋은 나들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호사스런 난민촌같은 곳에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이유로 모여 자려 하고 있었다.

이정도로 분석을 마쳤는데 문제는 어떻게 잘 것인가였다.

켜져있는 TV에 어둡다 해도 나에겐 밝은 조명,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안그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낯선 곳에서 잘 못 자는 병에 걸려 있는데 하물며 여기서! 

갤럭시 탭을 꺼내어 나꼼수를 듣거나 인터넷을 하며 밤을 새기로 하고 누웠다. 

 12시가 넘어 가니 TV는 꺼지고 웅성거리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애초의 계획대로 나꼼수를 듣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5시 30분 쯤에 찜질방을 나왔다.

생각보다 밖이 그리 춥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5시50분 첫 차를 타고 온혜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류장에서 우리집까지 약3킬로미터 쯤 되는 길을 걸었는데 얼어 죽는 줄 알았다.  안동시내랑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가면 갈수록 보폭도 줄어 들고 앞으로 나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게 해보진 않았지만 무슨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에베레스트 등정보다 나았던 것은 올라가기만 하면 따뜻한 우리집 구들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